코로나19 자숙을 명분 삼아 협박, 투석 등 린치 일삼아

일본은 집단주의가 세계적으로 강한 나라다.

무라하치부(村八分)라는 일본말이 좋은 예다. 무라하치부는 마을의 법도를 어긴 사람과 그 가족을 마을 사람들이 의논[합의]해서 따돌리는 것을 일컫는다. 에도 시대에 성행했다. 집단 따돌림이고 동네조리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원래 일본 마을에서는 () () () () 建築(건축) () 水害(수해) 旅行(여행) 出産(출산) 火災(화재) 등의 10가지 규약으로 서로 참가하는 덕목이 있었는데 10가지 교제 중 장례식과 화재의 둘을 제외한 8가지 교제를 끊는다는 점에서 하치부(八分)라는 말이 만들어졌다는 속설이 있다.

일본인들의 집단주의는 무라하치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누구든 집단의 불문율을 어기면 무라하치부 대상이 되는 탓이다. 이런 일본의 전통이 코로나19시대를 맞아 자숙경찰(自肅警察)’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자숙경찰은 타인에게 자숙을 강요하는 사람들과 그 행동을 가리킨다. 명칭부터가 모순적이다. 일본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자숙은 스스로 나아가서 행동과 태도를 삼가는 것이이서 강요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또 경찰 자()가 붙었지만 이들은 경찰이 아니라 민간인이다. 자숙경찰은 코로나19시대 일본을 상징하는 신조어로 떠올랐다.

5월에 들어서 이 단어는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검색서비스 G-Search에서 자숙경찰을 검색하면 4월에는 1건인데, 5월은 186건이다.(526일 기준)

자숙경찰이 이렇게 갑자기 많이 검색되는 까닭은 그만큼 자숙경찰들이 하는 짓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영업, 외출 등을 자숙해달라는 국가시책에 호응하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협박, 중상(中傷), 투석 등 폭력을 서슴지 않는다. 사적 제재(私的制裁)이고 린치(lynch)를 가하는 셈이다.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공포의 대상이다.

5월9일 일본 지바(千葉)현 야치요(八千代)시의 과자가게 주인이 자숙경찰이 붙여놓은 경고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아이 모으지마라. 가게 문 닫아라. 마스크 낭비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photo 닛케이 중문판
5월9일 일본 지바(千葉)현 야치요(八千代)시의 과자가게 주인이 자숙경찰이 붙여놓은 경고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아이 모으지마라. 가게 문 닫아라. 마스크 낭비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photo 닛케이 중문판

도쿄의 야스쿠니(靖國)신사에서는 경내의 공중화장실에 중국 우한(武漢) 사람들을 다 죽여버린다는 낙서가 적혔다(55일 아사히신문).

지바(千葉)현 마쓰도(松戶)시에서는 영업 중인 파친코가게 앞에서 자숙경찰이 마이크를 손에 들고 영업 중단하라” “돌아가!” 등을 외쳐서 이용객과 일시적으로 맞고함을 쳤다(아사히신문 55).

가고시마(鹿兒島)현에서는 슈퍼마켓 주차장에서 구마모토(熊本) 번호판 차량에 계란이 투척됐다(아사히신문 516).

사가(佐賀)현에서는 확진자 집에 돌이 날아왔다(사가신문 517).

도쿄 기치조지(吉祥寺)에서는 상가에 상가의 모든 가게를 닫아라” “다른 가게는 문 닫고 있는데 이익을 올리는 것은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생각 하고 있어? 바보녀석!” 등의 항의가 밀려들었다(NHK 519).

아이치(愛知)현 경찰본부에는 코로나 관련 110번 신고가 4월보다 급증했다. “자숙하라고 하는데 밖에서 커플이 노닥거리고 있다” “이 가게는 자숙하지 않고 있다” “밖에서 놀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쇄도했다(아사히신문 521).

이 정도면 이미 2차대전 당시의 사치는 적()이다” “일본인이라면 사치를 할 수 없을 터이다의 세계다.

자숙경찰의 배경에는 정의의 폭도질투의 발산이 있다고 지적돼왔다. 비록 일본 사례지만 이럴 가능성은 어느 나라든 있다. 극한상황에서 인간은 불합리한 짓을 예사로 하는 탓이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도 자신의 안에 이런 부분이 없는지, 각자 가슴에 손을 대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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