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창, 신들린 듯한 '메디아' 연주로 수연 추모
추석 때 임감독 부부ㆍ김동호 고인 잠든 곳에...

임권택에게 고 강수연은 '마음의 딸'이다.

왼쪽부터 임권택 감독, 강수연 배우 photo 무비스트
왼쪽부터 임권택 감독, 강수연 배우 photo 무비스트

"내가 먼저 죽어야 하는데, 나보다 훨씬 어린 사람이 먼저 가니까"

 

강수연을 먼저 보내고 나서, 임 감독의  마음은 찢어졌다.

 

"좀 더 살면서 활동도 할 수 있는 나이인데..."

 

배우 강수연을 '월드 스타'로 만든 영화는 단연 '씨받이'.

영화 씨받이 포스터 photo 나무위키
영화 씨받이 포스터 photo 나무위키

1986년 임 감독은 애를 낳으려고 들인 여인의 한()을 빼어나게 그려냈다.

 

가슴 저린 한의 정서를 영상미로, 수연의 빼어난 연기로 녹여 심금을 울렸다.

 

130일 전, 임 감독은 굳은 표정으로 아내 채령의 부축을 받으며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57일 월드 스타 수연은 향년 55세로, 너무도 빨리 '하늘의 별'이 됐다.

 

4, 어린 나이에 동양방송(TBC) 전속으로 힘든 연기자의 길에 들어선다.

 

'씨받이'로 베네치아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한국 배우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의 신기원을 이뤘다.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 포스터 photo 네이버영화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 포스터 photo 네이버영화

2년 뒤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 모스크바영화제 최우수여자배우상까지 거머쥐었다.

 

고인은 133일 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졌다.

 

사흘째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를 받던 중 숨을 거뒀다.

 

작년 1022일 강원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린 제3회 강릉국제영화제 개막식.

 

그때 수연은 마지막으로 레드카펫을 당당하게 밟았다.

 

올 추석 연휴 때, 임감독채령 부부와 김동호 위원장 등이 수연이 잠든 곳을 찾았다.

 

임 감독은 딸 같은 수연의 부재(不在)에 가슴 아팠다.

 

생전, 부모를 일찍 여읜 수연을 임 감독은 딸처럼 아꼈다.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영화판의 여걸(女傑), 수연은 한 술 하는 주당(酒黨)이다.

 

오래 살았더라면 김지미를 찜쪄먹었을 거다.

 

영화판의 여류들, 그 누구보다 더 목소리가 컸을 거다.

 

20여 년 전, 야밤에 불시의 호출!

 

거나하게 마셔 취기가 돌 무렵이었다.

 

그럴 때, 주당들은 궁디가 무겁다.

 

"왜 불러!"

 

오명철 형이 부른 자리에서 수연이 없었더라면 내가 갈 리가 없었을 거다.

 

예쁜 여장부였다.

 

일합을 바로 겨뤄봤다.

 

참 당차고 술도 셌다.

 

너무 일찍 스타가 됐고, 그래서 감독들은 '대가 센 월드 스타'를 어렵게 여겨 기피했다.

 

그래서 부산국제영화제를 우뚝하게 만든 김동호임 감독이 힘을 모아 수연을 영화행정가로 키우려고 작심했다.

 

그러나 그는 비명에 가버렸다.

 

얼마 전, 그런 수연의 추모 웹사이트가 오픈됐다.

 

그를 그리워하는 팬들의 추모 방문이 꼬리를 문다.

 

영화와 함께, 수연의 자취는 영원히 우리 곁에 남는다.

 

영화계에 굵게 찍어낸 발자취를 기리려는 마음이다.

 

문을 연 이 추모 사이트는 프로필과 주요 작품, 수상 내역 등 수연의 생전 흔적들로 짜였다.

 

"영화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평생을 함께한 배우 강수연으로 영원히 기억되기를 희망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수연은 한국 영화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명실상부한 월드 스타로 길이 남을 거다.

 

임 감독의 '씨받이'에서 열연해 그는 한국 배우 최초로 제4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월드 스타'로 당당히 발돋움했다.

 

이어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 한국 영화사는 물론 세계 영화사에도 이정표를 새겼다.

 

이후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90) '그대 안의 블루'(1992) '경마장 가는 길'(1992)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송어'(1999) '달빛 길어올리기'(2011) '주리'(2013) .

 

많은 작품들로 관객을 울리고 웃기며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연상호 감독의 '정이'(2022)를 유작으로 남기고 별세했다.

 

하지만, 영화계의 강수연 추모와 사랑은 계속된다.

 

11월 개막할 제17회 런던한국영화제에서는 강수연을 기리기 위해 생전의 출연작들을 상영한다.

 

토요일, 충남 보령 모란공원에는 당대의 두 천재가 모였다.

 

바로 임권택과 임동창이다.

 

둘은 한 벌족으로, 동창이 아들 뻘이다.

 

동창은 임 감독을 '작은아버지'라고 부른다.

 

해가 저물 무렵, 모란공원에서 임 감독의 영화 '천년학'이 상영됐다.

 

앞서 임동창과 제자들이 공연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동창은 작은아버지, 임 감독을 보자 그만 수연이 눈앞에 어른거렸던 모양이다.

 

그래서 첫 연주곡으로 '메디아'를 골랐다.

 

수연은 평생 딱 한번 연극에 출연한 바 있다.

 

제작진과 동창에게 떼를 썼다.

 

그렇게 주역을 따낸 연극, 희랍신화의 못된 악녀를 그린 '메디아'.

 

연극을 본 작곡가 조시민은 "동창의 빛나리, 그 백호머리의 신들린 연주에 수연의 열연이 다소 가린듯..." 운운의 평을?

 

동창은 손가락에 피 나고, 발 터지게 건반과 페달을...

수연을 마음 깊이 기리고, 그 혼백을 불러내는 듯했다.

 

마치 초혼(招魂)하는 듯한 신들린 연주였다.

 

섭한 날씨로 건반에 손가락이 미끄러져가는 걸 막으려 안간힘 썼다.

 

임 감독은 물끄러미 신들린 동창의 연주를 귀가 아닌, 마음으로 들었다.

공동묘지가 있던 모란공원에 울려퍼진 수연의 혼백을 위로한 한판 굿마당이었다.

 

이만 총총.(계속)

 

#뱀발...향산다회의 풍류기행, 메디아

 

논산에서 송 도사가 마련한 좋은 와인과 민어찜으로 배를 두들겼다.

 

두 초절정 고수들 얘기는 추후에 두 번 더...

 

논산 찍고 보령 전 익산의 이중휘 화백의 비밀 스튜디오에서 다과를...

 

재일교포인 부인의 귀엽고 앳된 애교가 넘치는 대접을 정성껏 받았다.

 

다음 기회에 세계무대에 진출하려는 그의 작품세계를 소개할 작정이다.

 

향산 풍류기행이 코로나를 딛고 기지개를 다시 켰다.

 

2, 메디아(Μήδεια)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녀이다. 아르고호 원정대를 이끌고 도착한 이아손에게 반해서 아버지인 콜키스의 왕 아이에테스를 배신하고 이아손이 황금양털을 손에 넣을 수 있도록 도와준 뒤 그와 결혼하였다. 하지만 나중에 이아손이 자신을 배신하고 코린토스 왕 크레온의 딸 글라우케와 결혼하려 하자 글라우케와 크레온을 독살하고 이아손과 사이에서 낳은 자신의 두 아들마저 제 손으로 죽여 이아손에게 복수하였다. 신화 속 인물로  배신, 복수를 상징한다.

 

별칭은 메데아, 메디아.

필자 최영훈 자유일보 주필 photo 최영훈
필자 최영훈 자유일보 주필 photo 최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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